인도와 한국의 옛 처세술 이야기: ‘🐇토끼전🐢’ vs ‘🐒원숭이와 악어🐊’

인도와 한국의 오래된 처세술 이야기

꼼짝 없이 죽을 상황에서 모두를 속이고 도망친 토끼🐇의 이야기를 한국인들은 잘 알고 있다.

죽을 상황에서도 기지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에, 김춘추도 고구려 왕을 피해 살아남았고

말로만 전해지던 구토지설은 판소리로, 소설로 영화로 변신을 해 우리 곁에 남았다.

윗 분들을 속 겁없이 농락하고 판을 자기한테 유리하게 돌린 토끼의 모습은 속 시원하고

용궁을 나온 토끼가 고생고생을 하다가 꾀로 살아남는 모습을 보자니 영락 없는 처세술의 달인이다.

인도에도 역시 처세술 설화들이 널리 퍼져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대 설화집 <판차탄트라Pancatantra>로, 이 설화집은

다섯 가지 챕터로 이뤄져 있으며 왕자들에게 처세와 통치술을 가르치기 위한 지침서였다.

판차탄트라가 널리 읽힌 이유는 세속적인 주제와 교훈 때문인데,

삶의 원리와 문제를 영리하게 해결하는 방법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구토지설> 설화의 원형이라고 추측되는 ‘원숭이와 악어’ 이야기이다.

원숭이와 악어 이야기는 판차탄트라의 네번째 챕터인

‘가졌다 잃음’Labdha Pranasam에 포함되어 있는데,

한반도에는 석가모니의 전생을 다룬 고대 설화집인 <본생경>(자타카)가 전해지면서

전승, 변화를 겪은 것으로 추측된다.

간인가 심장인가

<판차탄트라>는 기원전 1~5세기에 만들어져 11세기 유럽에 이미 전해졌는데,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유사한 형태의 이야기들의 원형이라고 불린다.

한국의 구토지설 외에도 티베트나 영국 웨일즈에서도

은혜를 배신으로 갚고 여기서 빠져나가는 우화들이 있는데, ‘원숭이와 악어’가 그 원형이라고 한다.

‘구토지설’과 ‘원숭이와 악어’의 구조를 따지면,

✔️ 공간: 지상-용궁이나 물-지상 ✔️ 서사: 만남-속임-기지 발휘-도망

✔️ 속는 자, 약자: 토끼와 원숭이 ✔️ 속이는 자, 강자: 거북과 악어

✔️필요한 것: 토끼의 간, 원숭이의 심장

나이를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 실제로 영향을 주었는지 여부는 결론 내리기 어렵지만,

재미난 이야기의 이동에는 국경이 없으며, 이야기가 모습을 바꿔 살아남음을 보여준다.

가졌다 잃음

하지만, 이 두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끼의 간’과  ‘원숭이의 심장’을 노리는 이유이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토끼전과 수궁가에서는

용왕의 병 또는 용왕 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토끼를 희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련한 충신 거북 또는 자라가 당당히 토끼에게 관직을 주겠다며 꼬신다.

반면, 악어가 원숭이의 염통을 원하는 것은 악어의 아내 때문이다.

원숭이는 악어를 손님으로 생각해 나무에서 달콤한 과일을 따서 주곤 했는데,

악어가 이를 아내에게 가져다주자 열매를 매일 먹는

원숭이의 심장 역시 달콤할 것이라며 남편에게 부탁한 것이다.

악어가 친구를 배신할 수 없다며 거절하자, 아내가 불륜을 한다며 비난한다.

악어는 대접을 하겠다며 원숭이를 데려가지만 가는 도중 진실을 밝힌다.

원숭이는 눈 깜빡하지 않고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소? 내 심장을 나무 둥지에 놓고 왔는데

날 자네 집에 데려간들 뭔 소용이 있나.”라고 말한다.

당연히 원숭이는 나무에 도착하자마자 악어의 멍청함을 비난하며 도망친다.

이 이야기는 결국 악어의 멍청함도 비난하지만

동시에 악어에게 무조건적 호의를 주는 원숭이를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다.

‘원숭이와 악어’는 ‘토끼전’에 비해서는 더욱 교훈적으로 느껴지는데,

악어와 원숭이는 개인적인 우정과 관계를 다루는 것이지만,

토끼전은 맥락이 풍부하게 변형되어 토끼가 권력자들을 농락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두 이야기 모두 나무에 걸어둔 간이든 심장이든 우리도 꾀주머니만 잘 차고 다니면서

세상 힘든 것 요리조리 이겨낼 수 있다는 재치를 전달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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