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황옥 신화, 솔깃하거나 수상하거나🤔]-3가지 키워드로 파헤치기

수상하고도 솔깃한 허황옥 신화

먼 인도에서 배를 타고 와 불교를 전해준 인도 공주의 이야기는
한국과 인도 양국 국민을 매료시켰다.
허황옥 이야기는 역사학계에서 ‘팩트’가 아닌 ‘전설’에 불과할 뿐인데
양국 정부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관련 콘텐츠도 국내서  꾸준히 증가 중이다.
허황옥 이야기는 과연 한-인 관계 발전을 이끄는 인가,
‘신비로운’ 가야와 인도에 대한 상상이 이익과 결부되어 생긴 판타지인가
아니면 콘텐츠 개발을 위해서라도 받아들여야하는 대가인가.
한-인 관계를 논할 때 무조건 등장하는 허황옥 신화를  세 키워드로  파헤쳐보자!

1. 한-인 친선 외교의 주인공

허황옥 신화는 현대 한-인 문화 교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2018년 영부인이 아요디야를 직접 방문해 허왕후 기념공원 기공식을 가졌다거나,

허왕후가 가져온 불교가 가야에서 꽃을 피웠다거나,

2019년 양국이 발행한 우표에서 허황옥과 그녀가 인도에서 갖고 온 파사석탑이 등장했다.

한-인 외교에서 ‘허황옥’은 양국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주인공으로 매번 등장해왔다.

역사학계에서는 역사로 치부하지 않는 ‘전설’을 이미 양국 정부는 진지하게 ‘역사’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문화 교류의 단계는 허황옥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것 같다.

허황옥 이야기가 한-인 관계와 양국 국민들이 서로에 대해 갖는 관심을 지속해주는 선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이야기는 양국 관계 강화나 공통점을 부각하는 근거로 작용했지

이를 뛰어 넘어 양국 문화에 대한 (전국적이고 드넓은) 관심이나 교류 수준을 높이지 않았다.

2. '기이한 민담'에서 '실체 있는 역사'로 

하나하나 따져보면 허황옥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의 여러 민담이 민담으로 남는 것과 다르게 스케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인도에서 온 허왕후, 만들어진 역사>에 지적하는 것처럼 허왕후 이야기는

무려 1000년 동안 ‘후손’들과 불교계에 의해 실체를 갖게 되었고,

근거 없이 이를 사실처럼 만들어버린 학자들과 정치인들이 끝내 역사로 만들어버렸다.

누구는 이야기를 사찰의 역사가 길다는 근거로 사용했고, 누구는 가문 족보를 유서 깊게 만들었다.

반면 인도에서 이 이야기는 ‘힌두 문화가 한국 땅까지 도래했다’는 근거로

미디어와 우익 민족주의 정치인들에 의해 선전되고 있다. 

한국인들이 허황옥이 ‘힌두 문화’가 아닌 ‘불교’를 들어왔다고 믿는 것과는 대비되는데, 

한국과 인도 정부 모두 허황옥을 친선 관계를 활용하겠다는 같은 침대에 있지만,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모양새다.

평화, 사랑 그리고 문화간 화합을 상징한다는 허황옥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실체가 되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3.  실크로드와 다문화 사회 홍보대사로 재탄생하다

허황옥 이야기는 ‘사실’ 여부에 무관하게 콘텐츠 개발에 갖고 있는 잠재력과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어, 활발히 콘텐츠로 재생산 중이다.

여기에는 인도-한국 문화 교류를 활발히 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다문화주의를 막 받아들이는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이방인 공주의 이야기는 좋은 소재이며,

끝내 자신의 성을 두 아들들에게 물려줬다는 공주를 페미니스트 상징으로 해석하고 있다.

콘텐츠 개발은 상상과 가치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나 이주여성의 관점에서 허황옥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을 현대 미디어와 곁들인다면

또 다시 강력한 허황옥 이야기로 현대인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반면, 최근 인도와 한국이 공동제작한 허황후 드라마/영화 소식이 들린다.

콘텐츠의 힘이 국력이 되고, 1세기 인도 공주의 이야기가 두 나라를 이어주는

유일하고 강력한 콘텐츠인만큼, 어떻게 양국 국민의 교류나 문화 지형에

영향을 줄지는 두고 봐야할 것이다.

글을 마치며

한국과 인도의 문화 교류나 역사적 연결점들은 적은 편이지만,

역사적인 연결점이 없어도 새로운 관계는 점차 만들어가는 것이다.

현재 한국과 인도는 서로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시기이지만

허황옥 이야기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웃프게 다가온다.

앞으로 한국이 인도를 새로운 외교 파트너로 인식하고 다방면에서 양국의 미래를 내다보아야할 때,

여전히 2000년 전 공주의 이야기만 기념하는 것에 그칠 것인가?

한편 한국과 인도의 전면적인 외교와 교류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점과

양측이 지속적인 관심으로 보이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양국 간 교류에 변화가 있을 것을 시사한다. 

앞으로 허황옥 이야기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한-인 문화 교류의 다양한 가능성을 [인도 문화] 코너에서 탐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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