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포스트-코로나 두르가 뿌자: 코로나로 변해버린 인도 축제 풍경

코로나가 세상에 등장한지 1년이나 되었다!

코로나의 폭주는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고, 인간은 어느덧 변화한 삶에 적응해 가고 있다

화려한 축제의 나라로 잘 알려진 인도에서도, 축제는 큰 변화를 겪어야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10월에 중순에 있었던 두르가 뿌자(Durga Puja)​는 축제의 본고향이자

가장 성대히 열리는 웨스트 벵갈 주에서 일정 부분 주 대법원의 제재를 받았다.

바로 두르가 뿌자 축제의 꽃이자 많은 인파가 오고가는 ‘판달(Pandal)’ 입장을 금지시킨 것이다.

 

판달 호핑(Pandal Hopping) 없는두르가 뿌자는 팥 없는 단팥빵! 

두르가 뿌자는 두르가 여신의 승리와 강림을 축하하는 명절이다.

화려한 두르가 여신 상을 중심으로 각종 뿌자와 행사가 벌어지며, 

마지막 날에는 여신이 신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명절 날짜가 다가올 수록 준비는 더욱 분주해지는데, 

각 커뮤니티는 의견을 모아 두르가 뿌자 판달의 디자인을 선정한다.

두르가 뿌자를 기리는 지역에서는 여신 상을 중심으로 거대한 가설건축물을 설치한다.

이 가설물을 판달(pandal)이라고 하는데, 매해 특정 컨셉을 갖고 다양하게 디자인된다.

그 중 꼴까타의 판달들은 특히 화려하고 거대한데 사람들은 밤새 판달과 판달을 오고가는

‘판달 호핑(Pandal Hopping)’을 하면서 여신에게 인사를 올리고 축제를 즐긴다.

 

 

 

 

판달은 지역 커뮤니티나 개인에 따라 크기가 다른데, 설치 장소에 따라 야외에

특별한 입구 없이 전시된 경우도 있고 인기 있는 거대 판달들은 전시장처럼

입구와 여신이 있는 공간이 있다.

웨스트 벵갈의 주도인 꼴까타만 해도 수천개의 판달들이 곳곳에 설치되고 

판달 밖에는 시장과 먹거리 포차들이 들어서며, 매해 꼭 방문해야하는 판달 순위들과

방문 인증샷, 맛난 음식 사진 등이 소셜 미디어에 가득하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이 판달 호핑과 판달 내 입장을 금지 시킨 것이다.

역사상 최초로 조용하고 썰렁한 두르가 뿌자가 시작된 것이다.

2020년 두르가 뿌자는 축제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빈 거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판달을 애타게 바라보는 시민으로 가득했다.

벵갈리 친구에 의하면, 두르가 뿌자는 모든 벵갈리가 매해 오길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각별한데

올해는 판달 호핑이 제재되고 코로나의 위협으로 축제 분위기가 영 나지 않아 

‘설탕시럽 빠진 라스굴라’ 꼴이 되었다고 한다.

 

키워드로 보는 2020년 뉴노멀 두르가 뿌자뉴노멀 시대를 위한 뉴노멀 판달 호핑: 

뉴노멀 시대를 위한 뉴노멀 판달 호핑뿌자를 위한 뉴노멀 두르가 

 

그럼에도 판달들은 제작되었고, 시민들은 안전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판달 호핑을 진행하였다.

2020년 이전에도 해외 신도들이나 커뮤니티를 위한 VR 판달 관람이나

유튜브에 360도 영상이 올라왔는데 올해는 VR 앱들과 실시간 유튜브 채널들이 더욱 활발히 등장했다.

기업들 역시 홈페이지에 ‘VR 판달 호핑’ 이라는 이름으로 꼴까타의 각종 판달을 가상현실로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드라이브스루판달(Drivethru Pandal)’도 새로 등장했는데,

올해 웨스트 벵갈의 유명한 감독 사트야지트 레이(Satyajit Ray)의

‘아푸 삼부작’을 컨셉으로 한 판달이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설치되었다.

 

치유와 단결, 그리고 사회 비판

두르가 뿌자 판달은 대부분 커뮤니티의 단결을 상징하며,

판달로 그해의 이슈를 금방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과 사회적 문제가 표출되어있다.

2020년 역시 다양한 판달 컨셉과 주제가 흥미를 끌었다.

전통적인 모습의 화려한 판달은 물론이고, 의약 폐기물로 만든 독특한 여신상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 꼴까타의 판달들이 중점적으로 전달한 메시지는 바로

코로나로 인해 멀어진 사람들 사이 단결을 소망하고,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비판과 관심 촉구였다.

 

 

코로나수라를 물리치는 의료진에 대한 감사

10가지 무기로 마히샤수라를 물리치는 두르가 여신의 이미지는 강렬하게 다가온다.

천상의 어떤 신도 물리칠 수 없었던

무적의 마히샤수라는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유되었다.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것은 바로 의료진들로, 판달들은 방역에

고생하는 의료진에 대한 감사와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표출하였다.

신들은 때로 마스크를 쓰거나 의료진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어떤 판달은 코로나 방역에 대한 정보들을 전시하였다.

갑자기 닥친 락다운으로 인해, 수면 위로 드러난 인도 대도시 이주노동자 문제

3월 인도 전국적인 락다운이 실시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사회 문제가 있다.

바로 이주노동자 문제였는데, 대도시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백만명의 노동자들은 하룻밤 사이

일을 잃고 안전과 건강에 큰 위협을 받으며 고향으로 돌아가야했다.

이로 인해 수백만명의 노동자들이 긴 행렬을 만들며,

인도-파키스탄 분리독립 이후 최악의 난민행렬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많은 판달 예술가들 역시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이들의 고난을 기리며 판달을 디자인했는데,

전통적으로 화려한 두르가 판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만,귀향하는 이주노동여성의 모습을

엄숙하게 표현하였다.

특히 ‘Migrant Mother’이라는 판달은 큰 호응을 받았다.

두르가 여신은 아이들을 데리고 귀향하는 이주노동여성으로 묘사되었고 두르가 여신의 열 팔은 무기 대신 고난과 굶주림을 싸울 수 있는 식량을 들고 있다.

 

 

고난 끝에 다가온
2021년

 

인도와 한국 양국의 국민들은 2020년 섭섭한 마음으로 명절과 축제를 보냈을 것이다.

원래대로의 모습이 자리잡는 것 같아도 절망과 희망을 오가는 지리한 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비록 뉴노멀의 시대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명절을 세고 즐기려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이 끊기지 않았던 2020년에 비해 부디 2021년에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오길 바란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