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에서는 파탄 파톨라의 소개와 직조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Part 2에서는 파탄 파톨라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와 전통 패턴 그리고 현대적 계승까지 알아보자!
파탄 파톨라 때문에
전쟁까지 일으킨 왕이 있다? ft. Kumarpala 왕의 자존심
12세기 찰루키아(Chaulukya) 왕조의 왕 쿠마르팔(Kumarpal)은 파톨라를 입는 걸 무척 좋아했다.
그가 잘나(Jalna, 오늘의 마하라슈트라) 에 살던
700여 파톨라 장인 집안을 초청해 파탄에 정착시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시 파톨라는 잘나에서만 생산되었다.
잘나의 왕은 갓 만든 파톨라를 왕실, 종교 행사 때 입는 걸 좋아했는데,
그가 입고 난 후에야 파톨라를 선물하거나 팔 수 있었다.
솔란키 왕국의 왕이 종교 행사를 위해 파톨라를 입었는데, 그게 잘나 왕의 침대보로 사용되었고
누가 한 번 입었던 옷은 뿌자 때 적절하지 못하다는 말에
잘나 왕국을 침공했고, 끝내 700여 장인 가문을 오늘날의 파탄으로 초대한 것이다.
이 가문들은 계속해서 파톨라를 만들었고,
파탄의 문화적 영향을 받고 공예가 대대로 이어지면서 파탄 파톨라로 불렸다.
허영과 성덕(?)의 끝판왕을 보여주는데, 그만큼 파톨라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부유하거나 귀족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인도 내에서도 파톨라가 있고 이캇 방식으로 만들어 유사하게 생긴 전통 직물들이 있다.
여기서 파탄 파톨라를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파탄 파톨라의 문양이다.
당시 찰루키아 왕조는 자이나교였고, 자이나교 외에도
지역 힌두, 무슬림 커뮤니티도 각각의 고유한 패턴을 만들었다.
전통 패턴의 모티프로는 유명한 유적지인 ‘라니 키 바브'(Rani Ki Vav)의 기하학적인 문양과
코끼리, 앵무새, 춤추는 사람, 꽃, 나뭇잎 등이 있다.
요즘에는 다양한 패턴 디자인이 있지만, 각 문양이 이름이 있고 지금도 계속 만들어질 정도로
공예와 패턴 그리고 색감 역시 전해지고 있다.
전통 계승의 어려움
그리고 현대적 계승
파탄 파톨라가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구자라트 민요나 유물을 볼 때,
파탄 파톨라는 그 선명한 색깔과 정교한 문양만큼 문화적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지금도 파탄에서 장인들이 대를 이어 파탄 파톨라를 자아내고 있다.
어떤 장인 집안은 파톨라 박물관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유서 깊은 직물과 공예 전통을 소개하고
대를 이어 전통을 이어가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그 장인 집안이자 작업소가 두 곳(소니Soni 집안과 살위Salvi 집안)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만든다.
아무래도 파탄 파톨라를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엄청난 수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회피하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파탄 파톨라의 명성이나 비싼 가격에 비해서
장인들에 대한 지원, 인건비 그리고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2014년에 인도 정부에서 파탄 파톨라를 지리적 표시(GI tag, Geographic Indication)로 등록했다.
지리적 표시 태그가 부여되면 특정 지역의 고유한 유산으로 인정 받고 저작권법으로 보호 받는다.
하지만 장인들이 걱정하는 짝퉁 파톨라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고
대량 생산되는 디지털 프린트 때문에
일반인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것을 더욱 꺼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많은 현대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이 파탄 파톨라에서 큰 영감을 받고 있으며
런웨이나 가방, 악세사리 등에서 끊임 없이 등장한다.
수작업으로 만든 사리는 너무 길고 비싸니까,
공장에서 만든 파탄 파톨라 사리나 티셔츠를 사거나 작은 가방을 살 수 있고
아예 옷감이 아니더라도 영감을 받은 악세사리도 있다.
현대적 변형 외에도 전통을 유지하면서,
소비자에게 적당한 가격과 스타일을 찾기 위한 고심도 있는데,
디자이너 아유쉬 케즈리왈(Ayush Kejriwal)이 장인과 함께 내놓은 파탄 파톨라 시리즈가 그 예이다.
전통적인 문양과 색감을 유지하면서, 문양을 조금 변형했고
원래 더블 이캇 방식으로 염색하는 사리를 싱글 이캇으로 바꿔 (비교적) 가격을 낮췄다.
비싼 게 아니라,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거에요.
They are not expensive, They are priceless
-Ayush Kejriwal
모든 파탄 파톨라 장인이 파탄 파톨라를 기계로 만들면 그 아름다움이 덜하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6개월 동안 자아내서 만든 파탄파톨라 사리는 비록 기계가 만든 것 만큼 천이 고르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리 하나에 들어가는 노력과 정성에서 아름다움이 나오는 것이다. 손과 손을 통해 이어진 유산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장인들과 직물의 전통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모든 사람일 것이다. 그 선명한 색깔과 문양을 유지하면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새삼 미래의 파탄 파톨라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