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들려주는 천재 엄마 이야기-[영화 샤꾼딸라 데비] 리뷰


인간 컴퓨터, 천재 수학자, 저술가: 샤꾼딸라 데비

최근 코로나로 인해, 집콕이 장기화되면서 OTT 플랫폼들간 경쟁이 치열하다.

인도 관련 컨텐츠에 대해서는 아마존 프라임과 넷플릭스 사이에서

인도 구독자를 모으려는 경쟁이 치열한데,

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흥미로운 인도 컨텐츠들을 여럿 내보내고 있다.

그 중 내가 꽤 화제를 모았던 영화 <샤꾼딸라 데비 Shakuntala Devi>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영화 <샤꾼딸라 데비> 포스터

이 영화는 작년(2020년) 7월 31일날 아마존 프라임에서 공식 스트리밍 되었으며,

스트리밍 이전까지 영화와 배우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인 실존 인물 샤꾼딸라 데비에 대한

각종 홍보를 진행한 바 있다.

샤꾼딸라 데비를 연기한 배우 비디야 발란(Vidya Balan)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

라마누잔 같이 세계적으로 조명 받은 인도 수학자와 달리

인도 여성 수학자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지 않아서 흥미가 갔다.

나도 이 참에 샤꾼딸라 데비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녀의 삶이나 업적에 대해서 알수록 ‘기재奇才’ 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릴 정도로 독특하고 뛰어난 사람이었음은 틀림 없다.

<샤꾼딸라 데비> 예고편

딸이 들려주는, 엄마 이야기

이 영화가 흥미롭게 다룬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는 것은 확실하다.

<무한대를 본 남자 The Man who knew infinity> 같이 묵직한 울림을 주는 서사를

<샤꾼딸라 데비>에서 발견하고자 한다면, 영화를 잘못 선택했다고 말하고 싶다.

<샤꾼딸라 데비>는 그런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뭐랄까, ‘드라마틱’하다고 해야하나?

영화에 대한 평가나 댓글을 보면, ‘발리우드스러운 과장’,

‘샤꾼딸라 데비에 대한 헌사는 커녕’ 같이 영화에 대한 실망이 여럿 보인다.

다들 샤꾼딸라 데비의 수학자로서의 면모나 당시 여성과 유색인종에 대한

서구의 차별적 시선을 이겨낸 위인으로서의 면모를 보고 싶어했는데,

오히려 영화는 ‘딸이 엄마를 고소하는’ 굉장히 격한 장면으로 시작하고,

딸과 커리어에 대한 샤꾼딸라 데비의 고민이나 딸 아누의 상처를

감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가 본격 시작하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해 선을 확실히 긋는데,

이 영화가 Biopic(전기 영화)가 아니며,

‘딸 아누의 눈에서 본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것을 언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의 제작에 샤꾼딸라 데비의 딸 아누파마 버네르지가 참여하였으며

홍보나 인터뷰에도 참여한 바 있다.

아무래도, 예고편이나 홍보 문구가 데비의 수학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하였고

인도 시청자들이 발리우드식으로 표준화된 대중 영화에 질려버려

영화의 진면목에 실망한 것이 크다.

영화의 본질을 담으면서, ‘보고 나서 속았다’ 식의 평을 피하기 위해서,

영화의 제목이 <나의 어머니 샤꾼딸라>나 <딸의 눈으로 본 샤꾼딸라 데비>가

더욱 적절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이 위인에 대해서 무언가를 많이 알게 된 것은 아니었으나,

영화가 군데군데 샤꾼딸라 데비의 커리어에 대해서 언급하며

모녀 관계나 70년대 여성의 커리어 단절, 배우자 지지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할 여지를 준다.

아무튼

갑작스러운 몇몇 장면들을 제외하고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다채로운 샤꾼딸라 데비의

인생이 연출을 통해 잘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섬세하게 표현되지는 않지만 차별과 시선을 유쾌하게 이겨내는

샤꾼딸라 데비의 모습도 시원시원하다.

기자: “여성 수학가인 소감이 어떤가요?”

샤꾼딸라 데비:”남성 기자인 느낌은 어떤가요?”

인터뷰 실화


The One and Only, 샤꾼딸라 데비

공식 스트리밍 전날 기네스 세계기록 협회에서

샤꾼딸라 데비의 40년 전 세계 기록 등재 증서가 딸 아누에게 도착했다.

바로 1980년 6월에 임의의 13자리 수를 그 자리에서 28초만에 제곱한 일이었는데,

당시 슈퍼 컴퓨터보다 계산이 정확하고 빠른 그녀는 ‘인간 컴퓨터’라고 불렸다.

공식 수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던 그녀의 재능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샤꾼딸라 데비가 수학 문제를 풀고, 유쾌하게 답변하는 영상들을 보면,

참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있구나 싶다.

이제 2020년대에 사는 우리는 이런 큰 숫자의 계산은 컴퓨터를 사용하면 이만이지만,

여전히 한순간에 계산을 정확히 완료하는 것은 참 경이롭다.

샤꾼딸라 데비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수학 계산 대회나 퍼포먼스를 하는 것 이외에도,

자신이 수학 계산을 하는 방식에 대한 책을 여럿 저술했다.

이외에도 점성술 컨설팅을 하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인도의 첫 LGBTQ 저서이며,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어려웠던

1977년의 인도 상황을 고려할 때 진보적이었다.

너무나도 독특했던 천재가 복잡한 가정사에 얽히고,

그런 모습이 부각되어 미디어에 조명되는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우리가 샤꾼딸라 데비의 실제 인생과

뚜렷한 의지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하고

이런 위인을 잊지 않도록 일깨워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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