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등장한 라스굴라와 굴랍자문 먹방 ASMR
2018년 어느날 ‘라스굴라’, ‘라스굴라 파는 곳’,’라스굴라 만들기’ 같은 키워드가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그런가 찾아보니 먹방에서 ASMR이나 식감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인기를 몰아 심지어 라스굴라를 직접 만드는 사람까지 생긴 것이다!
아무래도 라스굴라 같은 경우 우유를 응고시켜 만든 것이고 한 입 물 때 즙이 나오면서
나름 쫀득한 식감이 있으니 먹방에는 적합하다.
그 후에 라스굴라와 라스굴라 맛있게 먹는 팁, 라스굴라 우유에 넣어 먹기,
현지 굴랍자문 먹기 같은 양산형 후기, 리뷰들이 등장했다.
인도 음식점 메뉴 디저트 부분에서 무조건 있는 라스굴라와 굴랍자문인데,
왜 하필 2018년에 존재감이 생긴 것일까?
2018년 먹방 트렌드: 독특한 식감과 짜릿한 소리
2018년은 먹방 열풍의 시기였다.
먹방의 꾸준한 인기는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고 먹방 콘텐츠는 항상 인기의 대상이었다.
인스타만 봐도 그렇다. 음식 해시태그 아래 먹스타그램, 먹방은 여전히 1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먹방이 인기를 끌고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만들면서
먹방의 트렌드가 변화하게 되었다.
시각만 자극하는 콘텐츠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ASMR 콘텐츠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2018년에는 ASMR 콘텐츠로 라스굴라와 굴랍자문, 팝핑보바, 벌집꿀, 탕후루 등
오감을 자극하고 이국적인 음식들이 먹방에서 자주 등장하였다.
이런 콘텐츠 발굴 전략 아래 라스굴라와 굴랍자문이 대상으로 채택된 것이다.
캔 굴랍자문이나 라스굴라를 얻어 먹는 것은 너무 흔했고 점차 음식점에서 찾거나
직접 만들어 먹는 것까지 등장하였다.
실제로 직접 코티즈 치즈를 만들어 설탕물에 졸이는 까다로운 요리법까지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두 디저트를 먹어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언급하는 것은
많이 먹지는 못하겠다는 점이다. 쫄깃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두 디저트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는 과하게 달다. 먹방에서는 동글동글하고 윤기가 나는 모습과 오감을
자극하는 짜릿한 소리였겠지만 직접 시도해보니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한편 본토에서는: 달콤살벌한 원조논쟁
한편 인도에서는 라스굴라의 원조논쟁이 달콤살벌하게 벌어졌다!
이웃 주인 오디샤(Odisha/Orissa)와 웨스트 벵갈(West Bengal)에서
서로 라스굴라의 원조를 주장하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 라쇼골라 VS 러쓰골라 “
2015년 오디샤 주 정부는 라스굴라가 오디샤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하며,
라스굴라의 원조를 찾는 조사위원회를 차리기도 했다.
라스굴라의 고향으로 유명한 웨스트 벵갈 역시 질세라 위원회를 차렸고
2017년에는 벵갈의 라스굴라가 오디샤 것과 식감이나 맛이 다르다는 이유로
‘벵갈식 라스굴라’ 지리적 표시를 획득했다.
이렇게 벵갈의 작은 승리로 끝나나 싶었는데 2019년에는 ‘오디샤식 라스굴라’ 역시 등록되었다.
같은 음식이 다른 주에서 등록이 된 경우인데,
실제로 이웃하는 주라서 원조 논란은 음식 이외에도 끊기지 않는단다.
그만큼 서로 아끼고 자주 먹는 음식이라는 증거일테다.
글을 마치며
인도 식품이 한국에 잘 상륙하지 않거나 인기가 많이 없는 이유는
입맛이 다른 것도 있지만 시도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라스굴라와 굴랍자문은 트렌드에 의해 잠깐 핫 아이템이 되었지만 스테디셀러가 되지는 못했다.
과도하게 단 인도의 미타이(단 디저트)는 한국에서 인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
반면 건강한 아유르베다식 요리나 자극적인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은
잘 소개만 되면 유행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2018년 라스굴라와 굴랍자문의 인기는 음식이 무조건 문화를 이어주는 것은 아니며
이 트렌드는 명확히 ‘먹방 전략’이라는 한국적 맥락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철저히 보여준다.